차를 부수지 않아도 재물손괴죄일까? 차량을 17시간 막아둔 실제 판례

주차 문제로 다투다가 상대방 차량 앞을 막거나, 화가 나 차량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물건을 놓아두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차에 흠집도 없고 유리창이나 타이어를 망가뜨리지 않았다면 재물손괴죄와는 관계없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재물손괴죄는 반드시 물건을 깨뜨리거나 부숴야만 성립하는 범죄가 아닙니다. 물건을 일시적으로라도 본래 목적대로 사용할 수 없게 만든 경우에도 재물의 효용을 해한 것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 대법원 판례를 통해 차량 자체를 훼손하지 않았는데도 재물손괴죄가 인정된 이유와 재물손괴죄의 성립 기준, 처벌과 합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핵심부터 정리하면
물건을 실제로 깨뜨리거나 고장 내지 않았더라도 재물손괴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물건을 본래 목적대로 사용할 수 없게 만들거나, 일시적으로 이용할 수 없게 해 그 효용을 떨어뜨린 경우가 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1. 재물손괴죄는 무엇을 처벌할까?

형법 제366조는 타인의 재물이나 문서 등을 손괴하거나 숨기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효용을 해한 경우를 재물손괴죄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흔히 생각하는 손괴는 자동차를 긁거나, 유리창을 깨거나, 휴대전화를 던져 고장 내는 것처럼 물건을 물리적으로 훼손하는 행동입니다.

하지만 법에서 말하는 범위는 이것보다 넓습니다. 물건이 겉으로 멀쩡하더라도 본래 용도로 사용할 수 없는 상태를 만들어 효용을 떨어뜨린 경우도 재물손괴죄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재물손괴죄에서는 물건에 흠집이 생겼는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물건의 기능이나 이용가치가 실제로 침해됐는지도 살펴봅니다.

2. 차를 부수지 않아도 재물손괴죄가 될까?

자동차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차량에 흠집을 내거나 타이어를 훼손했다면 재물손괴가 문제될 수 있다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차에 직접 손을 대지 않고 앞뒤에 무거운 물체를 가져다 놓아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면 어떨까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이런 경우에도 구체적인 방법과 정도에 따라 재물손괴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의 중요한 기능은 운행하는 것입니다. 차체에 물리적인 손상이 없더라도 상당한 시간 동안 차량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면 본래 사용목적에 이용하지 못하게 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차량을 17시간 막아둔 실제 대법원 판례

대법원 2021년 5월 7일 선고 2019도13764 판결에서는 차량을 물리적으로 파손하지 않았는데도 재물손괴죄가 인정된 사건이 있습니다.

피고인은 자신이 평소 굴삭기를 주차하던 장소에 다른 사람의 차량이 주차돼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후 차량 앞에는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을 놓고, 뒤쪽에는 굴삭기의 크러셔 장비를 바짝 붙여 놓았습니다.

그 결과 차량 소유자는 약 17~18시간 동안 차량을 운행하지 못했습니다.

중요한 점은 자동차 자체에는 물리적인 훼손이나 기능 고장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차량 앞뒤에 쉽게 제거하기 어려운 구조물 등을 붙여 놓아 장시간 운행할 수 없게 만든 행동은 차량의 본래 효용을 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차량이 실제로 부서지지 않았더라도 본래 목적인 운행을 일시적으로 하지 못하게 만든 것만으로 재물손괴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판례입니다.

4. ‘재물의 효용을 해한다’는 뜻은?

대법원은 재물의 효용을 해한다는 것을 재물을 본래 사용목적에 이용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물건을 완전히 망가뜨리는 경우뿐 아니라 일시적으로 이용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경우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재물손괴 여부를 판단할 때는 단순히 외관상 파손이 있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실제 기능을 사용할 수 있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재물손괴 여부에서 살펴볼 수 있는 부분

① 다른 사람의 물건인지
② 물건에 직접적인 파손이 발생했는지
③ 본래 기능을 사용할 수 없게 됐는지
④ 사용할 수 없었던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⑤ 원래 상태로 돌리기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⑥ 물건의 효용을 해한다는 점을 알고 행동했는지

반대로 다른 사람의 물건을 잠시 건드렸다는 이유만으로 항상 재물손괴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그 행동으로 인해 물건의 본래 기능이나 이용가치가 실제로 침해됐는지가 중요합니다.

5. 재물손괴죄 처벌은 어느 정도일까?

현행 형법 제366조에 따른 재물손괴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또 단체 또는 여러 사람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한 상태에서 재물손괴를 한 경우에는 형법 제369조의 특수손괴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특수손괴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주의할 점
화가 났다는 이유로 상대방 차량을 발로 차거나 휴대전화나 다른 물건을 던져 파손하는 행동은 재물손괴뿐 아니라 당시 상황에 따라 다른 범죄까지 함께 문제될 수 있습니다.

6. 합의하면 사건이 끝날까?

단순 폭행이나 일반 협박과 달리 재물손괴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이유만으로 공소를 제기할 수 없게 되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닙니다.

따라서 피해자와 합의했다고 해서 이미 성립한 재물손괴 사건이 자동으로 끝난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파손된 물건을 원상복구하거나 수리비를 지급하고 피해자와 합의한 사정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처분이나 형량을 판단할 때 고려될 수 있습니다.

차량과 관련된 사건이라면 블랙박스 영상과 CCTV, 차량 상태 사진, 수리 견적서와 영수증 등을 확보해 두는 것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정리하면

재물손괴죄는 반드시 물건을 깨뜨리거나 망가뜨려야만 성립하는 범죄가 아닙니다.

차량이 겉으로 멀쩡하더라도 앞뒤를 쉽게 제거하기 어려운 물체로 막아 장시간 운행하지 못하게 만들었다면 차량의 본래 효용을 해한 것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물건을 잠시 건드렸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행동이 재물손괴죄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물리적인 흠집이 생겼는지만이 아니라, 그 행동으로 물건의 본래 기능과 이용가치가 실제로 침해됐는지입니다.

참고 법령 및 판례

형법 제366조 재물손괴등
형법 제369조 특수손괴
대법원 2021. 5. 7. 선고 2019도13764 판결

※ 이 글은 공개된 법령과 판례를 바탕으로 작성한 일반적인 법률 정보입니다.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적 판단은 사실관계와 증거, 물건의 상태와 행위 방법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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