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안 받아도 스토킹죄일까? 부재중 전화 29번 남긴 실제 판례
헤어진 연인이나 지인에게 연락했지만 상대방이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두 차례 연락하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전화를 걸어 휴대전화에 부재중 전화 기록이 반복해서 남는다면 어떨까요?
“통화가 연결된 것도 아니고 말 한마디 전달하지 않았는데 무슨 문제가 있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실제 전화통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도 반복적으로 벨소리를 울리게 하거나 부재중 전화 표시가 남도록 한 행위가 스토킹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 대법원 판례를 통해 반복적인 전화와 부재중 전화가 언제 스토킹범죄가 될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반복적으로 전화를 걸어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라면 부재중 전화나 벨소리도 판단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1. 부재중 전화만 남아도 스토킹일까?
스토킹은 반드시 상대방을 직접 따라다니거나 집 앞에서 기다리는 행동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현행 스토킹처벌법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전화나 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해 글, 말, 음향, 영상 등이 상대방에게 나타나게 하는 행동도 스토킹행위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상대방이 전화를 받지 않았더라도 계속해서 전화가 걸려와 벨소리가 울리고 발신번호나 부재중 전화 기록이 반복해서 표시됐다면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스토킹행위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통화가 실제로 연결됐는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인 연락 시도 자체가 상대방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도 살펴봅니다.
2. 스토킹행위는 어떤 경우 인정될까?
스토킹처벌법에서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특정 행동을 하고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경우를 스토킹행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상대방을 따라다니거나, 집이나 직장 주변에서 기다리거나,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반복해서 보내는 행위 등이 있습니다.
또 이런 스토킹행위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경우 스토킹범죄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다만 연락을 몇 번 했다는 횟수만으로 기계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아닙니다.
두 사람의 관계와 이전 상황, 상대방이 연락을 거부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연락의 횟수와 시간대, 전체적인 행동의 경위 등을 함께 살펴보게 됩니다.
3. 29번 전화한 실제 대법원 판례
대법원 2023년 5월 18일 선고 2022도12037 판결에서는 반복적으로 전화를 건 행동이 문제가 됐습니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자신의 휴대전화번호를 차단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 등을 이용해 피해자에게 계속 전화를 걸었습니다.
판결에서 확인된 내용에 따르면 피고인은 2021년 10월 29일부터 11월 26일까지 총 29차례 피해자에게 반복적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중 한 번은 피해자가 전화를 받아 약 7초 동안 통화가 이루어졌습니다.
또 다른 전화는 피해자가 받지 않아 휴대전화 화면에 발신자 정보 없음 또는 부재중 전화 표시가 남았습니다.
원심에서는 실제 통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전화의 경우 벨소리나 부재중 전화 표시는 휴대전화 자체 기능에 불과하다며 일부 행위를 스토킹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전화를 걸면 상대방 휴대전화에서 벨소리가 울리거나 발신번호와 부재중 전화가 표시된다는 사실은 일반적인 휴대전화 사용자라면 충분히 알 수 있다고 봤습니다.
따라서 실제 통화가 연결되지 않았더라도 벨소리나 부재중 전화 표시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도록 한 행위도 스토킹행위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이 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도록 했습니다.
4. 한두 번 전화해도 바로 스토킹일까?
전화 한 통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사건이 스토킹범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스토킹범죄가 성립하려면 스토킹행위가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으로 이루어졌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대법원도 2026년 판결에서 짧은 시간의 일회성 행위나 서로 상당한 시간 간격을 두고 단발적으로 이루어진 행위만으로는 지속성·반복성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횟수만 세기보다 행위 사이의 시간적 간격과 전체 기간, 행위의 내용과 방법, 피해자와의 관계 등을 함께 확인합니다.
① 상대방이 연락을 거부한다는 뜻을 밝혔는지
② 전화번호를 차단한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③ 다른 번호까지 사용해 다시 연락했는지
④ 전화 횟수와 연락 기간은 어느 정도인지
⑤ 심야나 새벽에도 반복적으로 연락했는지
⑥ 전화 외에 문자·방문·기다림 등이 함께 있었는지
⑦ 전체 상황상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였는지
5. 스토킹범죄 처벌은 어느 정도일까?
현재 스토킹처벌법 제18조에 따르면 스토킹범죄를 저지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흉기나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이용해 스토킹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또 예전에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규정이 있었지만, 현재는 해당 반의사불벌 규정이 삭제된 상태입니다.
상대방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 번호나 가족·지인의 전화기를 이용해 계속 연락하는 행동이 항상 허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6. 연락을 거부했는데 계속 전화가 온다면?
반복적인 연락으로 문제가 발생했다면 먼저 통화기록과 문자메시지 등 객관적인 자료를 보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휴대전화의 부재중 전화 기록을 삭제하지 말고, 가능하다면 날짜와 시간, 전화번호가 함께 보이도록 화면을 보관할 수 있습니다.
번호를 차단한 뒤 다른 번호로 다시 연락한 경우라면 그 기록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문자메시지와 카카오톡, SNS 메시지, 집이나 직장 주변에 찾아온 기록 등이 있다면 전화기록과 함께 전체적인 상황을 판단하는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즉 문제되는 연락 일부만 떼어놓기보다 언제부터 어떤 방식으로 연락이 반복됐는지 시간 순서대로 확인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정리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상대방이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해서 반복적인 연락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실제 통화가 연결되지 않아도 벨소리가 울리거나 발신번호, 부재중 전화 표시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도록 한 행동도 스토킹행위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전화 한 통이나 우연한 연락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경우에 스토킹범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연락이 이루어졌는지, 그 행동이 지속적 또는 반복적이었고 전체적으로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였는지입니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8조
대법원 2023. 5. 18. 선고 2022도12037 판결
대법원 2026. 4. 16. 선고 2026도2108 판결
※ 이 글은 공개된 법령과 판례를 바탕으로 작성한 일반적인 법률 정보입니다. 구체적인 스토킹범죄 성립 여부는 연락의 횟수와 기간, 당사자의 관계, 상대방의 의사와 전체적인 상황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