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때리면 무조건 쌍방폭행일까? 실제 판례로 본 정당방위 기준
말다툼을 하던 중 상대방이 먼저 밀치거나 때렸고, 이에 맞서 상대방을 밀거나 붙잡는 상황이 있습니다. 이럴 때 흔히 “둘 다 손을 썼으니 쌍방폭행이다”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 형사사건에서는 두 사람이 서로 신체접촉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무조건 같은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닙니다. 누가 먼저 공격했는지뿐 아니라 공격이 계속되고 있었는지, 반격이 방어를 위한 것이었는지까지 함께 살펴보게 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 판례를 통해 흔히 말하는 쌍방폭행이 어떻게 판단되는지, 상대방이 먼저 때렸을 때 정당방위가 인정될 수 있는 기준까지 알아보겠습니다.
반대로 서로 몸을 밀거나 붙잡았다고 해서 언제나 동일하게 쌍방폭행으로 판단되는 것도 아닙니다. 당시 상황과 행동의 목적, 정도를 각각 살펴봐야 합니다.
1. 쌍방폭행이라는 별도 범죄가 있을까?
일상에서는 두 사람이 서로 때리거나 밀친 사건을 흔히 ‘쌍방폭행’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형법에 별도로 ‘쌍방폭행죄’라는 죄명이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A가 B에게 한 행동과 B가 A에게 한 행동을 각각 살펴 각자 폭행죄나 상해죄 등이 성립하는지를 판단합니다.
따라서 두 사람이 모두 상대방의 몸을 밀었다고 하더라도 한쪽은 공격행위가 되고 다른 한쪽은 공격을 피하기 위한 방어행위로 평가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둘 다 손을 사용했다 = 무조건 쌍방폭행’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각 사람이 어떤 이유와 상황에서 물리력을 사용했는지를 따로 살펴보는 것입니다.
2. 먼저 맞으면 정당방위가 될까?
폭행 사건에서 자주 나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상대방이 먼저 때렸는데 나도 때리면 정당방위 아닌가요?”라는 질문입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먼저 공격했다는 사실만으로 이후의 모든 반격이 정당방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형법 제21조는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행위 가운데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정당방위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해 행동한 것인지, 현재 계속되는 공격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동인지입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한 차례 때린 뒤 공격을 멈추고 물러났는데 뒤따라가 여러 차례 폭행했다면 정당방위보다는 보복이나 새로운 공격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3.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은 사례
대법원 2021년 5월 7일 선고 2020도15812 판결에서는 당사자들이 서로 몸싸움을 하던 상황이 문제가 됐습니다.
당사자들은 서로 모자를 벗기거나 뒷목을 잡아당기고, 멱살을 잡고 벽으로 미는 등의 행동을 했습니다.
이후 한 사람이 자리를 떠나려 하자 상대방이 따라가 계속 붙잡았고, 이를 뿌리치는 과정에서 상대방이 넘어져 상해를 입었습니다.
피고인은 자신의 행동이 공격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당방위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두 사람이 그 이전부터 서로 공격하는 형태로 다투고 있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정당방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서로 싸울 의사를 가지고 공격을 주고받는 상황에서는 상대방이 먼저 때렸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반격이 모두 정당방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4. 정당방위가 문제된 또 다른 사례
반대로 몸싸움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적극적으로 대응했다고 해서 정당방위가 항상 부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대법원 2023년 4월 27일 선고 2020도6874 판결에서는 회사 대표와 근로자들 사이에서 발생한 충돌이 문제가 됐습니다.
대표가 근로자들을 밀거나 발로 차는 등의 행동을 했고, 서로 뒤엉켜 넘어지는 과정에서 다른 근로자가 대표의 옷을 잡아 일으키며 흔든 행동이 폭행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습니다.
원심은 공격이 이미 끝난 뒤의 행동이라고 보아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공격이 잠시 중단된 것처럼 보여도 추가적인 공격이 곧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면 전체적으로 침해 상황이 계속되고 있을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또 정당방위는 단순히 공격을 피하거나 막는 행동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서는 적극적인 반격 형태의 방어행위도 포함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당시 상황을 더 구체적으로 살펴야 한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습니다.
5. 법원이 중요하게 보는 기준
두 판례를 함께 보면 단순히 ‘누가 먼저 때렸는가’만으로 정당방위 여부가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① 누가 먼저 물리력을 행사했는지
② 상대방의 공격이 당시에도 계속되고 있었는지
③ 공격을 피하거나 막기 위해 한 행동인지
④ 서로 싸울 의사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⑤ 상대방의 공격에 비해 지나치게 강한 대응을 한 것은 아닌지
⑥ CCTV·블랙박스·목격자 등 객관적인 자료가 있는지
특히 폭행 사건에서는 당사자의 진술이 서로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에 CCTV나 휴대전화 영상, 주변 목격자의 진술 등이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영상이 있다면 누가 먼저 공격했는지뿐 아니라 공격이 끝난 뒤에도 계속 따라가 폭행했는지, 방어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힘을 사용했는지 등을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6. 쌍방폭행에서 합의는 어떻게 될까?
두 사람 모두 단순 폭행죄가 성립한다면 각자가 상대방에 대한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가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형법 제260조의 단순 폭행죄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히면 그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입니다.
따라서 단순 폭행 사건에서는 서로 합의하고 각자가 상대방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는 것이 사건 진행에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다만 한쪽 또는 양쪽에 실제 상해가 발생해 상해죄가 문제되거나, 위험한 물건을 사용한 특수폭행 등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단순 폭행과 동일하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두 사람이 서로 몸을 밀거나 붙잡았다고 해서 자동으로 같은 정도의 ‘쌍방폭행’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닙니다.
또 상대방이 먼저 때렸다는 사실만으로 이후의 모든 반격이 정당방위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반대로 상대방의 공격이 계속되는 긴박한 상황이라면 상대방을 밀거나 붙잡는 등 적극적인 행동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정당방위 가능성이 곧바로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결국 핵심은 누가 먼저 때렸는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공격이 시작되고 끝난 과정과 반격의 목적, 사용한 힘의 정도를 전체적으로 살펴보는 것입니다.
형법 제21조 정당방위
형법 제260조 폭행·존속폭행
대법원 2021. 5. 7. 선고 2020도15812 판결
대법원 2023. 4. 27. 선고 2020도6874 판결
※ 이 글은 공개된 법령과 판례를 바탕으로 작성한 일반적인 법률 정보입니다.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적 판단은 사실관계와 증거, 사건 진행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