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연인 집 비밀번호 알고 들어가면 주거침입죄일까? 실제 판례로 본 기준
연인 관계였을 때 상대방의 집에 자주 방문하면서 아파트 공동현관이나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알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헤어진 뒤에도 예전에 알고 있던 비밀번호를 이용해 상대방에게 알리지 않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간다면 어떻게 될까요?
“집 안까지 들어간 것도 아니고 공동현관과 복도만 지나갔으니 괜찮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 판례에서는 아파트 공동현관과 복도 같은 공용부분에 들어간 것만으로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헤어진 연인이 과거에 알게 된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이용해 심야에 아파트에 들어간 실제 대법원 사건을 통해 주거침입죄의 기준을 살펴보겠습니다.
출입 목적과 시간, 출입 방법, 외부인 출입 통제 상태 등을 종합해 거주자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해쳤는지가 중요합니다.
1. 주거침입죄는 언제 성립할까?
형법 제319조는 사람의 주거 등에 침입한 경우를 주거침입죄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여기서 말하는 ‘침입’을 단순히 거주자의 허락 없이 들어갔는지만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기준은 거주자가 주거에서 누리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방식으로 들어갔는지입니다.
따라서 출입한 장소의 형태와 용도, 외부인의 출입이 어떻게 통제되고 있었는지, 들어간 목적과 시간, 출입 방법 등을 전체적으로 살펴보게 됩니다.
상대방이 싫어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출입이 곧바로 주거침입이 되는 것도 아니지만, 문을 부수고 들어가야만 주거침입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실제 출입 방식과 상황이 중요합니다.
2. 아파트 공동현관도 ‘주거’에 포함될까?
아파트 세대의 현관문을 열고 집 안까지 들어가야만 주거침입죄가 문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아파트나 다세대주택의 공용 계단, 복도, 엘리베이터 등 공용부분도 거주자들의 주거 평온을 보호할 필요가 있는 공간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공동현관에 비밀번호가 설정되어 있거나 경비원이나 출입통제 장치 등을 통해 외부인의 출입을 관리하고 있다면 외부인에게 자유롭게 개방된 장소와는 다르게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허락 없이 비밀번호를 입력해 공동현관을 통과한 뒤 특정 세대의 현관문 앞까지 이동했다면 그 자체로 주거침입죄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3. 헤어진 연인의 비밀번호를 사용한 실제 판례
대법원 2022년 1월 27일 선고 2021도15507 판결에서는 헤어진 연인의 아파트 공동현관에 들어간 사건이 문제가 됐습니다.
피고인은 피해자와 과거 약 두 달 정도 교제하면서 피해자의 아파트 공동출입문 비밀번호를 알게 됐습니다.
두 사람은 이후 헤어졌고, 사건 당시에는 헤어진 지 약 7개월 정도 지난 상태였습니다. 피해자는 피고인과의 만남을 원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피고인은 사전 연락 없이 새벽 0시 55분경 과거에 알게 된 비밀번호를 입력해 아파트 공동현관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피고인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피해자의 집이 있는 층까지 올라간 뒤 현관문 앞에서 약 1분 동안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여러 차례 눌러 집 안으로 들어가려고 시도했습니다.
피해자가 안에서 “누구세요?”라고 묻자 피고인은 피해자와 만나지 않고 그대로 도망갔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출입이 피해자와 같은 동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방식의 출입이라고 보고 주거침입죄를 인정한 원심의 결론이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4.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다면 괜찮을까?
이 판례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피고인이 비밀번호를 몰래 훔쳐 알아낸 것이 아니라 과거 교제 중 피해자를 통해 알게 된 비밀번호를 사용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과거에 정상적으로 알게 됐다는 이유만으로 헤어진 뒤에도 계속 사용할 권한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두 사람이 이미 헤어진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난 점, 피해자가 만남을 원하지 않았던 점, 사전 연락 없이 심야에 들어간 점, 비밀번호로 통제되는 공동현관을 몰래 통과한 점 등을 함께 살펴봤습니다.
① 현재 거주자의 출입 허락이 있었는지
② 공동현관 등에 외부인 출입 통제가 있었는지
③ 비밀번호를 어떤 경위로 알게 됐는지
④ 현재도 비밀번호를 사용할 권한이 있었는지
⑤ 어떤 목적으로 들어갔는지
⑥ 낮인지 심야인지 등 출입 시간이 언제였는지
⑦ 현관문 앞에서 추가적인 행동을 했는지
5. 주거침입죄 처벌은 어느 정도일까?
현행 형법 제319조에 따르면 사람의 주거 등에 침입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또 해당 장소에서 나가달라는 요구를 받고도 나가지 않는 경우에는 퇴거불응죄가 문제될 수 있고, 법정형은 주거침입과 같습니다.
단체 또는 여러 사람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한 상태에서 주거침입을 한 경우에는 특수주거침입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안다는 것과 현재 출입할 권한이 있다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닙니다. 특히 관계가 종료된 뒤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몰래 출입하는 행동은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6. 합의하면 사건이 끝날까?
주거침입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절차가 반드시 종료되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닙니다.
따라서 피해자와 합의했다고 해서 이미 성립한 주거침입 사건이 자동으로 끝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다만 합의 여부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정, 범행 경위와 재범 가능성 등은 실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고려될 수 있습니다.
주거침입 피해가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공동현관이나 복도의 CCTV, 도어락 출입기록, 문자메시지와 통화기록 등 당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보관해 두는 것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과거 연인 관계에서 알게 된 아파트 비밀번호라고 해서 헤어진 뒤에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또 세대 안까지 실제로 들어가지 않았더라도 통제되는 공동현관을 지나 엘리베이터와 복도를 통해 상대방의 현관문 앞까지 들어간 경우에는 주거침입죄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다만 거주자의 의사에 반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든 출입이 자동으로 주거침입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출입 목적과 방법, 시간, 외부인 출입 통제 상태와 당시 당사자 관계 등을 종합했을 때 거주자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침해했는지입니다.
형법 제319조 주거침입·퇴거불응
대법원 2022. 1. 27. 선고 2021도15507 판결
※ 이 글은 공개된 법령과 판례를 바탕으로 작성한 일반적인 법률 정보입니다.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적 판단은 사실관계와 증거, 출입 장소와 방법, 당시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